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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만화로 보는 박쥐에 대한 연구 2_사이언스온

출처: http://scienceon.hani.co.kr/media/138071


   세 번째 이야기: 박쥐의 난제 ②    

… 일찍부터 사람들은 박쥐가 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에 주목했다. 현재는 박쥐가 초음파를 쏘아 그 반향으로 주위 물체를 감지하며 난다는 걸 알지만 옛사람들은 박쥐가 악마의 힘과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쥐의 초음파 비행이 발견되기까지 100년 넘게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졌다…

 

박쥐의 난제: ①화 먼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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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Robert Galambos. The Avoidance of Obstacles by Flying Bats: Spallanzani‘s Ideas (1794) and Later Theories. Isis, Vol. 34, No. 2, pp. 132-140. (1942)
  • Sven Dijkgraaf. Spallanzani’s Unpublished Experiments on the Sensory Basis of Object Perception in Bats. Isis, Vol. 51, No. 1, pp. 9-20. (Mar 1960)
  • Donald R. Griffin. Return to the Magic Well: Echolocation Behavior of Bats and Responses of Insect Prey. BioScience, Vol. 51, No. 7, pp. 555-556. (July 2001)
  • M. Brock Fenton. Questions, ideas and tools: lessons from bat echolocation. Animal Behaviour, Vol. 85,  pp. 869-879. (2013)

김명호 만화가, 일러스트 작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만화로 보는 박쥐에 대한 연구_사이언스온

   세 번째 이야기: 박쥐의 난제 ①    


…일찍부터 사람들은 박쥐가 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에 주목했다. 현재는 박쥐가 초음파를 쏘아 그 반향으로 주위 물체를 감지하며 난다는 걸 알지만 옛사람들은 박쥐가 악마의 힘과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쥐의 초음파 비행이 발견되기까지 100년 넘게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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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Robert Galambos. The Avoidance of Obstacles by Flying Bats: Spallanzani‘s Ideas (1794) and Later Theories. Isis, Vol. 34, No. 2, pp. 132-140. (1942)
  • Sven Dijkgraaf. Spallanzani’s Unpublished Experiments on the Sensory Basis of Object Perception in Bats. Isis, Vol. 51, No. 1, pp. 9-20. (Mar 1960)
  • Donald R. Griffin. Return to the Magic Well: Echolocation Behavior of Bats and Responses of Insect Prey. BioScience, Vol. 51, No. 7, pp. 555-556. (July 2001)
  • M. Brock Fenton. Questions, ideas and tools: lessons from bat echolocation. Animal Behaviour, Vol. 85,  pp. 869-879. (2013)

김명호 만화가, 일러스트 작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2013년 11월 8일 금요일

정민석님의 과학만평-과학인은 글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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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장이, 글맥, 글발, 글투, 글치 중에서 국어사전에 나오는 낱말을 글발, 글투이다. 그리고 국어사전의 뜻대로 만화에서 쓴 낱말은 글투뿐이다. 나머지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서 쓴 낱말이다. 보기를 들면 음치와 맞먹는 낱말로 글치를 만들었다. 과학인한테 글 쓰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까, 글이 들어가는 낱말을 이렇게 많이 만들게 되었다.


- 논문을 쓰다 보니 글 쓰는 게 참 중요하고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ㅠㅠ

빛으로 신경세포를 조절을? (Science on 신의리모컨 광유전학)

‘신경세포를 움직이는 빛’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을 결합한 기술이다. 유전학적 기법을 이용해 원하는 대상에 빛 감지 센서를 달고,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를 조종하는 광유전학 기술이 개발되면서 정교한 신경회로 조작이 가능해졌다.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신경세포와 신경회로를 조작할 수 있게 된 것. 광유전학이 무엇이며, 이를 이용한 몇몇 연구 사례를 살펴본다.
00optogenetics1.jpg»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들은 ‘몸’은 기계 배양기에서 살지만 ‘정신’은 뇌에 꽂힌 케이블을 통해 가상세계인 매트릭스에서 살아간다. 출처/ 영화 매트릭스
[이번 글의 주제 논문]

Nagel G, Brauner M, Liewald JF, Adeishvili N, Bamberg E, Gottschalk A. Light activation of channelrhodopsin-2 in excitable cells of Caenorhabditis elegans triggers rapid behavioral responses. Curr Biol. 2005 Dec 20;15(24):2279-84.


봇기계들이 끝없이 진화하던 어느 날, 인간과 기계가 전쟁을 벌입니다. 인간은 그 전쟁에서 참패하고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기계는 인간을 자신들의 ‘건전지’로 만듭니다. 인간은 기계 안에서 태어나, 기계 안에서 살아가며, 기계 안에서 죽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간은 그 사실을 전혀 모릅니다. 기계가 인간 뇌에 전극을 꽂아 가상현실인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는 것처럼 감각을 조작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실제로는 배양기계 안에 떠있으면서 자신이 맨해튼 거리를 거닐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스테이크의 맛을 느낍니다. 영화 <매트릭스>(1999)의 이야기입니다.

<매트릭스>는 영화로만 볼 영화가 아닙니다. 워쇼스키 감독은 현실 세계의 청중에게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고 묻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여기’가 ‘매트릭스’ 안이 아니라고 입증할 방법이 단 한 가지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 불가능함은 감각 행위의 본질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각 신경세포는 1000개가 넘는 다른 신경세포들과 관계를 맺어 100조개가 넘는 신경접속을 만들어냅니다. 우리의 감각 경험은 바로 이 어마어마한 신경회로 안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사건’에 불과합니다. 전원을 꽂은 컴퓨터에서 수많은 전기회로들이 영화를 상영하듯, 우리 뇌 속의 신경회로에 끊임없이 전기가 흐르면서 감각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죠.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역시 기계가 뇌를 조작해 이뤄지는 가상현실 속의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의심하는 신경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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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의심하라’입니다. 사실 이 메시지는 400년 전의 한 위대한 철학자의 메시지를 그대로 계승한 것입니다. 의심의 제왕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데카르트(1596~1650)는 착시 현상에서 감각 작용의 객관성을 의심하기 시작하더니, 이 모든 게 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거쳐, 자신이 ‘악령’에 사로잡혀 환각에 시달릴 수 있다는 극단적인 의심까지 이르게 됩니다.

믿을 게 하나 없는 세상 앞에, 그는 위대한 탄식을 내뱉습니다.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우리말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더 정확히 해설하자면 “의심한다, 고로 의심하는 나는 존재한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모든 걸 의심할 수 있어도, 끝내 그 의심을 하는 ‘나’라는 존재까지 의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데카르트의 의심하는 주체, 즉 ‘이성적 자아’는 중세를 마감하고 근대라는 새로운 세계를 활짝 열게 됩니다. 데카르트는 마지막 중세인이자 최초의 근대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가 최초의 근대인일 뿐만 아니라 ‘마지막 중세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코기토 에르고 숨’ 논변에 이어서 다음으로 ‘신의 존재 증명’을 펼치기 때문입니다. ‘생각하는 나’를 가능케 한 존재가 분명 존재해야 하며, 그 존재는 ‘신’일 수밖에 없다는 중세적 믿음을 고전이 된 그의 명저 <방법서설>에서 표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 봅시다. 인간은 기계 안에서 태어나 기계 안에서 생각하며 기계 안에서 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계를 인간의 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매트릭스>에서 기계는 데카르트의 ‘악령’과 정확히 일치할 따름입니다. 악령은 그저 ‘감각’만을 속일 수 있습니다. 기계는 스테이크의 시각적 환상과 환상적인 맛을 주입할 수 있을 뿐, 인간이 스테이크를 ‘썰게’ 하지는 못합니다. 판단과 결정은 최종적으로 인간의 몫이며, 기계는 매트릭스의 삶을 의심하는 인간의 ‘의지’를 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트릭스>가 ‘자유 의지’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판단과 결정 역시 뇌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사건에 불과합니다. 군침 도는 스테이크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손과 팔더러 칼질을 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도 역시 ‘뇌’입니다. 나는 채식주의자인데, 기계가 케이블을 통해 고기를 썰어 먹으라는 신경 네트워크를 실행한다면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데카르트가 했던 ‘의심’조차도 뇌의 신경회로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사건입니다. 만약에 누군가 데카르트의 ‘의심 신경회로’를 켜버린다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를 의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코기토 에르고 숨”을 ‘인위적’으로 유도해낼 수 있는 것이지요. 데카르트의 정의에 따르면 ‘나의 의심을 가능케 하는 자’는 바로 ‘신(神)’입니다. 어떤 사람이 데카르트의 의심을 일으키는 힘을 갖게 된다면 그가 바로 데카르트의 신이 아닐까요.


인간 영혼에 꽂힌 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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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신경회로를 조작하는 힘, 즉 영혼을 통제하는 그런 ‘신의 힘’을 인간이 가질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힘을 우리는 오래전 얻었을 뿐 아니라 끝없이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뇌에 직접 전극을 꽂아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18세기 중반 이탈리아 과학자인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는 신경과 근육이 전기적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을 보고했습니다. 이후 19세기 초부터 신경생리학자들은 뇌에 직접 전극을 꽂고 전류를 흘려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소설 <뇌>는 ‘전기적 뇌 자극’이라는 소재를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컴퓨터와의 체스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의 뇌에 전극을 심습니다. 쾌락을 느끼게 하는 뇌의 ‘쾌락 중추’를 지능 훈련 뒤에 자극하는 방식으로 지적 능력을 발달시켜 나갑니다. 혹시 모를 끔찍한 사태에 대비해 그는 자신의 뇌를 조작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깁니다.

사실 이 소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제 실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1954년 캐나다 맥길대학의 제임스 올즈 연구팀은 역사적인 연구를 진행합니다. 쥐의 쾌락 중추에 전극을 심은 뒤, 쥐에게 스스로 레버를 누르면 전류가 흘러 쾌락이 주어지는 조건을 마련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쥐는 밥도 물도 먹지 않고 죽을 때까지 레버만 눌러댔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쥐는 아무 고생 없이 자기 자신에게 극도의 쾌락을 줄 수 있는 전능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00optogenetics2.jpg» 쾌락 중추에 전극이 꽂힌 쥐는 모든 생존 활동을 포기한 채 죽을 때까지 레버를 눌러댔다. 죽는 그 순간에도 쥐는 행복했을까.출처/ 주 [1]그러나 전극을 꽂아 직접 전류를 흘려보내는 이런 방식으로는 뇌의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조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 속에는 엄청나게 높은 밀도로 신경세포가 밀집돼 있습니다. 뇌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전극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전극을 자칫 잘못 꽂았다간 엉뚱한 신경회로가 자극되어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좁은 지역에 수많은 신경회로들이 중첩돼 있어 원하는 신경회로만을 자극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기도 합니다.

비유하자면, 전기적 뇌 자극은 근처의 모든 전기회로를 켜버리는 ‘포괄적 리모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제품들의 전원을 켤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으나, 내가 원하는 전자제품을 선택적으로 켜긴 힘든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집에 들어와서 티비를 보려고 리모컨을 눌렀더니, 갑자기 전기오븐과 세탁기와 에어컨과 집안의 모든 전등과 청소기와 식기세척기가 한꺼번에 켜져서 작동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인 것이죠.


신의 리모컨, 채널로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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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 리모컨이 티비만 선택적으로 켤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티비 리모컨에만 반응하는 ‘수신기’가 티비에 내장돼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적 뇌 자극이 선택적으로 신경회로를 조절할 수 없는 이유는 조작하고자 하는 신경회로만 전기 자극을 받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 뇌 속에 ‘리모컨-수신기’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다면 감각과 행동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02년 <사이언스>에 그 힘을 가능케 할 역사적인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논문은 신경과학 연구팀이 아니라 미생물을 연구하던 게오르그 나겔(Georg Nagel)과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의 공동 연구팀이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클라미도모나스’라는 작고 둥근 단세포 녹조류에 주목했습니다. 이 녹조류에 빛을 쬐어주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주광성(phototaxis)을 나타냅니다.
00optogenetics3.jpg» 빛을 향해 나아가는 행동 반응을 보이는 클라미도모나스. 채널로돕신이 망가진 돌연변이인 H17에서는 그런 반응이 사라진다.출처/ 주[2] 
연구팀은 녹조류가 빛을 ‘감각’하고 그 빛으로 이동하려는 ‘행동’ 사이를 매개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한 가지 단서는 빛을 쬐어주면 클라미도모나스 안에 전류가 흐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채널로돕신’이라는 분자가 빛을 감지해 전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녹조류의 ‘채널로돕신’이 인간 신경회로를 조작하는 리모컨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리모컨을 이용해 켜고자 하는 대상은 바로 뉴런이라고 불리는 신경세포입니다. 신경세포는 일종의 전선으로 기능하는데, 평소에 신경세포 내부는 음전하를 띈 음이온이 많아 음의 전위를 갖고 있습니다. 자극이 주어지거나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신호를 전달받으면 세포 바깥의 양이온들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신경세포가 켜지게 됩니다.

00optogenetics4.jpg» 빛을 쬐어주면 레티날이라는 물질의 구조가 변하면서 채널로돕신의 통로가 열리게 된다. 열린 통로로 칼슘과 나트륨 같은 양이온이 쏟아져 들어온다.출처/ 주[2]
만약 녹조류의 채널로돕신을 신경세포에다 심는다면 어떨까요? 빛을 쬐어주는 것만으로도 전류를 흐르게 하여 결국 신경세포를 켜거나 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빛을 ‘리모컨’으로, 채널로돕신을 ‘수신기’로 사용해서 ‘리모컨-수신기’ 시스템을 통해 신경회로를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과학자는 이런 상상력을 현실 세계에서 ‘실험’하는 사람이자 ‘실현’하는 사람입니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연구팀이 최초로 포유류 신경세포에서 빛과 채널로돕신을 리모컨과 수신기로 사용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엔 채널로돕신을 발견한 연구자 중 한 명이었던 게오르그 나겔이 포함된 연구팀이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신경‘세포’가 아닌 동물 ‘개체’의 행동을 최초로 조작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후 초파리와 쥐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에서 채널로돕신을 이용해 행동을 조작한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빛’이 신의 리모컨으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빛과 유전자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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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겔이 채널로돕신 수신기를 심기로 결정한 동물은 바로 예쁜꼬마선충이었습니다. 왜 하필 예쁜꼬마선충이었을까요. 논문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제 생각엔 ‘투명함’이 한 가지 강력한 장점으로 작용했을 듯 합니다. 수신기가 빛을 감지해야만 신경회로를 켤 수 있는데, 불투명한 피부가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면 리모컨이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예쁜꼬마선충에서는 빛 리모컨과 채널로돕신 수신기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꼬마선충의 몸속에 리모컨 수신기를 어떻게 심을 수 있을까요? 채널로돕신은 원래 녹조류의 세포막에 꽂혀 있는 ‘통로 단백질’의 일종입니다. 이런 녹조류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직접 이식해 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녹조류에서 채널로돕신 단백질만 모으는 것이 만만치 않은 작업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얻어낸 단백질이더라도 원하는 신경세포 막에만 심을 길이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생물학자들은 유전학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클라미도모나스의 세포막에 채널로돕신 단백질이 존재하는 것은 클라미도모나스가 자신의 디엔에이(DNA) 안에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전자는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산물들의 ‘조리법(recip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 캔자스 시골에 한 아주머니가 느닷없이 감자전이 먹고 싶다고 가정해봅시다. 한국에서 감자전을 부친 다음 잘 포장해서 국제 택배를 이용해 보내주는 것보다는, ‘감자전 조리법’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서로 행복한 방식일 겁니다. 

여기서 감자전은 채널로돕신 ‘단백질’에 해당하는 ‘산물(product)’이며, 감자전 조리법은 채널로돕신 ‘유전자’에 해당하는 ‘정보(information)’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주방이 갖춰진 곳이라면 조리법만 알려주면 얼마든 감자전을 부칠 수 있습니다.

‘산물’ 대신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몇 가지 효용이 있습니다. 우선 캔자스 아주머니가 앞으로는 언제든 원할 때 감자전을 부쳐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조리법에 몇 가지 수정을 가하면 미국식 ‘소세지 감자전’과 같은 변형된 산물들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리법은 아들딸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쉽게 전수돼 계속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 한국에서 감자전을 직접 만들어 보내줬다면 불가능한 일들일 겁니다.

우리 세포는 갖은 단백질들을 요리해내는 적절한 주방이자 요리사입니다. 유전자라는 조리법만 주어지면 그에 걸맞은 단백질 산물들을 능히 만들어냅니다. 조리법에 몇 가지 편집을 가해 변형된 산물을 쉽게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대대손손 단백질 생산 능력을 물려주기도 합니다.

리모컨 수신기인 채널로돕신 단백질도 예외는 아닙니다. 꼬마선충에 녹조류의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주입하면, 꼬마선충은 리모컨 수신기를 내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유전자 이식된 벌레(transgenic worm)는 이제 빛 리모컨으로 신경 회로를 조작할 수 있게 됩니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이처럼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을 결합한 기술입니다. 유전학적 기법을 이용해 원하는 대상에 빛 감지 센서를 달고, 이를 빛을 이용해 조작하는 광유전학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의 전기적 뇌 자극에 비해 훨씬 정교한 신경회로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신경세포와 신경회로를 조작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게 된 것입니다.


꼬마선충을 춤추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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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모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리모컨 수신기를 발굴했고, 수신기를 꼬마선충에 심을 광유전학적 기술까지 마련됐습니다. 그 힘을 이용해 게오르그 나겔과 알렉산더 가책(Alexander Gottschalk) 공동연구팀은 꼬마선충의 ‘악령’이 되기로 합니다. 데카르트의 감각을 속이는 악령 말이죠.

가는 철사로 꼬마선충의 머리를 두드리면 촉각 신경들이 켜져 뒤로 도망가는 행동 반응이 관찰됩니다. 촉각 신경에 달려 있는 감각 센서들이 두드리는 자극을 감지해 도망가는 신경회로를 켜기 때문이죠.

연구팀은 이들 촉각 신경세포들에 채널로돕신을 발현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빛을 쬐어주었더니 놀랍게도 벌레들이 뒤로 물러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센서에 아무런 물리 자극이 가해지지 않았는데도 벌레는 마치 누가 자기 머리를 두드렸다는 듯이 행동했습니다. 아마 벌레는 누군가 자기 머리를 두드렸다고 틀림없이 믿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머리를 두드렸을 때와 빛 리모컨으로 환각을 일으켰을 때 벌레의 뇌에서 일어난 사건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동일한 실험을 ‘행동 장애’를 가진 벌레에서도 수행했습니다. 꼬마선충 돌연변이들 중에는 머리를 두드려도 뒤로 도망가지 않는 벌레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촉각을 느끼는 센서가 고장나 머리를 두드려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벌레들입니다. 만약 이 돌연변이 벌레에서 촉각 신경을 빛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켠다면 어떻게 될까요?

흥미롭게도 센서가 망가진 돌연변이 벌레들이 촉각신경을 빛으로 켜주자 회피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센서가 망가져 있더라도 전체 회로가 정상적으로 남아 있고, 센서가 물리적 자극을 받았을 때 일으키는 전기적 사건을 광유전학적으로 빛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일으켰더니 그 회로가 작동하게 된 것입니다.

이 실험은 상당한 함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광유전학이 인간의 신경정신 질환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질병’에 걸린 벌레의 신경을 직접 조작해 질병 현상을 극복해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동일한 방식으로 인간의 각종 질환과 장애들을 치료 혹은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광유전학적 기법을 통해 간질환자들의 신경 발작을 빛으로 억제하거나, 우울증에 걸린 환자의 기분을 빛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00optogenetics5.jpg» 채널로돕신을 이용해 꼬마선충의 특정 신경을 켜주게 되면 춤추는 행동 반응을 보인다. 출처/ 주[3] 
제가 속한 연구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낸 적이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는 꼬마선충이 굶으면 춤추는 ‘닉테이션’이라는 진기한 행동을 연구하는데, 신경세포의 감각 기구가 망가진 돌연변이가 더 이상 춤추지 않는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 벌레에서 빛으로 춤추는 행동의 신경회로를 인위적으로 켬으로써 다시 춤추는 행동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주저 앉아있던 벌레를 ‘빛’으로 일으켜 춤추게 만든 것이죠.


브레인 이니셔티브, 판도라의 상자를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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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용해 감각과 행동을 조절하고 신경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빛을 이용해 조작하고자 하는 신경회로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어느 신경회로를 켜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면 광유전학 기술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울증을 빛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우선 우울증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잘 알고 있어야 이들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꼬마선충에서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꼬마선충이 지구상에서 가장 신경회로가 잘 밝혀진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300개 남짓한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꼬마선충의 전체 신경네트워크는 무려 30여 년 전에 그 신경지도가 거의 완전하게 밝혀졌습니다. 한 개체에서 신경세포들이 이루는 신경 네트워크 전체를 ‘커넥톰(connectome)’이라 부르는데, 꼬마선충은 현재 유일하게 커넥톰이 밝혀진 동물입니다.

이에 비해 1000억개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는 인간 뇌의 신경회로를 밝히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정도입니다. 아마도 21세기에 과학자들 앞에 놓여 있는 가장 거대한 난제가 바로 우리 두뇌를 해독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2011년 런던에서 있었던 첫 모임을 필두로 세계 일군의 과학자들이 모여 인간 뇌의 전체 신경회로를 밝히는 포부를 품은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줄여서 BRAIN)’를 구상했습니다. 2013년 4월2일,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사업의 개시를 선언했습니다. 당장 2014년부터 1억 달러의 연구비가 집행될 예정입니다.

00optogenetics6.jpg» 미국 국립보건원 원장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와 함께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꼬마선충 연구자로서 뿌듯하게도 꼬마선충 신경회로 연구의 대표 주자인 코리 바그만이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공동의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꼬마선충 게놈 프로젝트의 경험과 결과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많은 도움을 주었듯이, 꼬마선충 커넥톰 연구의 경험도 향후 브레인 이니셔티브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브레인 이니셔티브는 초파리나 어류와 같은 단순한 생명체들의 신경 네트워크부터 차근차근 정복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종국에는 쥐와 영장류를 거쳐 인간의 커넥톰에 도전할 겁니다.

브레인 이니셔티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목표를 달성할 확실한 분석 기술은 있으나 돈과 시간이 엄청나게 필요했던 사례였다면, 브레인 이니셔티브는 사실 목표를 달성할 완전한 기술조차 의문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정광훈 박사가 개발한 ‘투명 뇌’ 기술처럼 커넥톰 연구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들이 하나둘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인간 뇌에 도전하기에는 기술적 장벽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언젠가 그 모든 장벽들을 넘어서는 날, 그리하여 영혼의 블랙박스와도 같던 우리 뇌의 신경회로가 완전히 밝혀지는 그날이 온다면, 우리는 빛 리모컨을 이용해 <매트릭스>의 세계를 구현하고 데카르트의 신이 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인간이 그런 힘을 얻을 수 있을까요. 또 얻는다면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미 그 판도라의 상자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함께 참고한 문헌


  • [1] Olds, J., and P. Milner. Positive reinforcement produced by electrical stimulation of septal area and other regions of rat brain. J. Comp. Physiol. Psychol. 1954; 47:419-27.
  • [2] Peter Hegemann and Georg Nagel. From channelrhodopsins to optogenetics.  EMBO Mol Med. 2013 February; 5(2): 173?176. 
  • [3] Lee H, Choi MK, Lee D, Kim HS, Hwang H, Kim H, Park S, Paik YK, Lee J. Nictation, a dispersal behavior of the nematode Caenorhabditis elegans, is regulated by IL2 neurons. Nat Neurosci. 2011 Nov 13;15(1):107-12.
  • Stirman JN, Crane MM, Husson SJ, Wabnig S, Schultheis C, Gottschalk A, Lu H. Real-time multimodal optical control of neurons and muscles in freely behaving Caenorhabditis elegans.Nat Methods. 2011 Feb;8(2):153-8. ([동영상] 채널로돕신 유전자가 이식된 벌레를 빛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동영상 자료 있음. 유료 학술지)http://www.nature.com/nmeth/journal/v8/n2/full/nmeth.1555.html#supplementary-information
  • Nagel G, Ollig D, Fuhrmann M, Kateriya S, Musti AM, Bamberg E, Hegemann P. Channelrhodopsin-1: a light-gated proton channel in green algae. Science. 2002 Jun 28;296(5577):2395-8.
  • Nagel G, Szellas T, Huhn W, Kateriya S, Adeishvili N, Berthold P, Ollig D, Hegemann P, Bamberg E. Channelrhodopsin-2, a directly light-gated cation-selective membrane channel.Proc Natl Acad Sci U S A. 2003 Nov 25;100(24):13940-5. Epub 2003 Nov 13.

이대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유전과발생연구실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앞으로 빛을 이용해 손상된 신경을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겠네요 

2013년 11월 7일 목요일

공감각에 관한 재미있는 기사 (Scienceon 기사)

공감각에 관한 최근 연구, 그리고 공감각자들


‘푸른 종소리’처럼 색과 소리를 함께 떠올리는 공감각 능력은 사실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공감각자 뇌는 일반인과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한 조사에선 일반인의 2%가량이 공감각 능력을 보여주었다. 파인만 같은 과학자, 칸딘스키 같은 예술가도 공감각 능력의 소유자로 추정되는데, 과연 공감각자는 뛰어난 기억력과 창조성을 지닐까. 공감각과 공감각자를 둘러싼 여러 통념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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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지닌 다양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풀어내며 시즌 1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히어로즈(Heroes)’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그러나 인기를 이어받아야 할 시즌 2에서 미국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의 파업이란 암초를 만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흥행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후 시청률이 떨어지고 이어서 제작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초능력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공상 과학물보다는 스릴러물에 가까웠던 시즌 4에서 우울하게 종영을 맞이했다.
00syn1.jpg»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히어로즈. 출처/ NBC.Com
시즌 4에서 첼로를 켜며 병원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엠마가 있는데 시즌 초반 그의 초능력은 소리를 색으로 인식하는 것이었다. 시즌 4의 특성상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줄었지만 그가 첼로를 연주할 때 네 현에서 여러 색상이 흘러나오고, 병원에서 들리는 많은 소리가 다양한 색채로 그려졌다. 시즌 후반에 이 특이한 감각은 엄청난 힘을 지닌 파괴력, 일명 강화된 공감각(enhanced synesthesia)으로 드러나는데 엠마의 초능력을 볼 때마다 중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배운 김광균의 시 ‘외인촌’이 떠 올랐다. 시의 내용은 거의 떠 오르지 않았지만 밑줄 그어가며 외웠던 시구 ‘푸른 종소리’가 ‘공감각적’ 표현이라는 내용은 또렷이 기억할 수 있었다.
00syn2.jpg» '히어로즈' 여주인공의 엠마의 공감각 색청(色聽). 출처/ http://heroeswiki.com


생각보다 다양한 공감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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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共感覺)이란 문자 그대로 감각을 공유한다는 뜻으로 영어인 "synesthesia"의 어원을 살펴보면 "syn (= together)"과 "aesthesis (= sensation)"으로 구성된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어떤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한 형태의 감각이 다른 형태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언급한 히어로즈 여주인공의 경우 청각 자극이 청각 경험뿐만 아니라 시각 경험까지 유발하는 것이다.

인간의 감각이 5가지(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기에 공감각의 종류는 20개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6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그 이유는 한 자극이 두 개 이상의 경험을 일으키거나(예. 소리가 촉각과 미각을 유발) 혹은 한 형태의 자극 내에서도 서로 다른 세부 특징 사이에서 일종의 연합(예, 글자를 볼 때 색을 경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마다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공감각은 인구의 2-4%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연구마다 빈도가 다른 것은 연구 방법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개인에게 한 자극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물어보는 방법을 택하면 개인의 주관적 답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좀더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어렵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연구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공감각 검사를 개발했다.
00syn3.jpg» 색-자소 공감각자를 찾는 방법. 출처/각주[3]
공감각 중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진 ‘색-자소(色-字素; color-grapheme) 공감각(문자나 숫자가 특정 색으로 인식되는 공감각)’ 검사를 예로 살펴보자. 일반인은 왼쪽 그림을 볼 때 숫자 5 사이에 파묻혀 있는 숫자 2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숫자 5를 녹색으로, 숫자 2를 적색으로 인식하는 색-자소 공감각자들은 색의 대비로 인해 쉽게 숫자 2를 찾을 수 있다. 나도 공감각자였으면 하는 마음에 왼쪽 그림을 오랫동안 쳐다봤다. 그러면서 예전에 유행했던 매직 아이(magic eye)처럼 빨간색의 삼각형이 떠 오르기를 기대해 봤다. 결과는? 눈만 아팠다.

혹시 내가 흔하지 않은 공감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에 다른 종류의 공감각을 찾아봤다. ‘움직임에서 소리를 듣는 공감각(hearing-motion synesthesia)’이 있었다. 다시 한 번 부푼 기대를 안고 아래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속상하게도 역시 눈만 아팠다.


[점들의 움직임에서 소리가 들리는가?]
 
이 흔치 않은 공감각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살펴보자. 미국의 코크(Koch) 교수는 어느 날 한 방문객이 움직이는 점으로 구성된 컴퓨터 화면보호기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00syn4.jpg» 연구에서 실제 사용된 빛과 소리로 구성된 리듬 형태의 자극. 출처/각주[4], 변형이에 흥미를 느낀 그는 이 화면보호기 파일을 수 백 명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내 소리가 들리는지 물어봤고, 어렵사리 3명을 더 찾을 수 있었다. 이 공감각을 갖고 있는 4명과 일반인 10명을 대상으로 모르스 부호(Morse code)와 비슷한 형태의 시각, 청각 자극을 제시하고, 그들이 듣거나 본 일련의 신호가 일치하는지 물어보는 연구가 진행되었다.[4]

실험 결과 공감각자나 일반인은 모두 소리 리듬으로 제시된 청각 자극에서는 정확도가 각각 83.9%와 85.8%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빛 리듬으로 제시된 시각 자극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 공감각자는 여전히 일정한 정확도(75.2%)를 보였지만, 일반인은 그냥 찍었을 때와 비슷한 56.3%의 정확도를 보였다. 즉 움직임에서 소리를 듣는 공감각자들은 빛 리듬을 보면서 동시에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그 차이를 구분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뇌영상으로 본 공감각자의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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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자의 두뇌는 일반인과 어떤 차이를 나타낼까? 많은 연구가 이뤄진 색-자소 공감각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2007년 네덜란드의 로우(Rouw)와 숄테(Scholte) 교수가 시행한 연구가 이후 연구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5] 연구진은 색-자소 공감각자 16명과 일반인 18명을 대상으로 확산텐서영상(DTI)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방법을 사용해 두 집단의 차이를 살펴봤다.

확산텐서영상 결과에서는, 공감각자 두뇌에서 우측 하측두피질(inferior temporal cortex), 좌측 두정피질(parietal cortex), 양쪽 전두피질(frontal cortex)에서 높은 ‘분할 비등방도(FA, 아래 용어설명)' 수치가 관찰되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영역들에서 백질의 밀도가 증가했거나 연결성이 증가한 것을 시사한다.
 분할 비등방도(FA: fractional anisotropy): 물 분자가 생체 내에서 모든 방향으로 자유로이 확산하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 확산하는 ‘비등방성’의 정도를 측정하는 확산텐서영상의 수치. 뇌 백질의 구조적인 방향성과 연결도를 반영하는 수치이다.
00syn5.jpg» 녹색은 백질의 기본 골격, 노란색은 증가한 분할 비등방도를 나타냄. 출처/각주[5]
한편 연구진은 두 집단이 강하거나 약하거나, 아니면 아예 공감각을 일으키지 않는 자극으로 구성된 자소 과제를 보는 동안에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해 두뇌의 활성화 영역을 볼드(BOLD, 아래 용어설명) 신호로 측정했다.
☞ 볼드(BOLD: Blood oyxgenated level dependent):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양의 변화를 나타낸다. 이를 이용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의 해석에서는 소비하는 산소량이 증가한 영역이 활성화 영역이라고 판단한다.
그 결과에서는 일반인에 비해 공감각자 두뇌의 여러 영역이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이 중에서도 우측 하측두피질에 관심을 기울였다. 왜냐하면 이 곳이 확산텐서영상을 통해 구조적 차이가 확인된 영역과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확인된 활성화 영역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공감각자 두뇌 중 이곳에서 구조적 차이를 보이면서 동시에 활성화 특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00syn6.jpg» 노란색은 증가한 분할 비등방도, 파란색은 증가한 BOLD 신호를 나타냄. 출처/각주[5]
그런 독특한 특성을 보인 우측 하측두피질은 뇌에서 대체 어떤 영역일까? 이곳은 시각 자극을 인식하고 분류하는 기능에 관여하는 방추상회(fusiform gyrus)에 잇닿아 있다. 그런데 방추상회의 중간 영역은 문자 형태의 자극을 처리하는 ‘시각적 단어 형태 영역(visual word form area; VWFA)’을 포함하고 있고,[6] 또한 색을 처리하는 ‘색채 영역(human V4; hV4)’과 인접해 있다. 따라서 뇌 영상에서 확인된 ‘구조 변화’와 ’기능 활성화’의 특성을 종합해 생각하면, 색-자소 공감각은 두 영역의 증가된 연결성(hyperconnectivity)과 교차 활성(cross- activation) 때문에 비롯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아울러 확산텐서영상에서 분할 비등방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또 다른 영역인 두정 피질을 살펴보자. 두정 피질에서는 구조적 연결성이 증가했다는 소견과는 달리 활성화 양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영역도 역시 공감각 경험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두정 피질은 여러 형태의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신경세포를 지니며 감각의 결합(binding)을 담당하는데, 이전의 다른 연구에서는 색-자소 공감각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7] 또한 반복 경두개자기자극술(repetitive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rTMS)을 통해 우측 두정엽의 활성화를 억제하면 이런 감각의 결합이 약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8]

00syn7.jpg» 색-자소 공감각에 관여하는 두뇌의 부위; 편의상 모두 왼쪽 반구로 표시됨. 출처/각주[9]종합해보자. 색-자소 공감각의 경우에 다음과 같은 두 단계의 모델로 그 신경학적 기전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9] 첫 번째 단계에서는 공감각자가 자소를 볼 때 활성화하는 영역에서 발생한 추가 신호가 인접한 색 처리 담당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때에 공감각을 경험하는 정도는 두 영역 사이의 연결성이 얼마나 되느냐에 비례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발생한 공감각이 일반적인 결합 기전보다 강력한 일종의 과결합(hyperbinding) 상태로 이어진다. 즉 감각 신호의 뇌 영역 이동과 강력한 결합이 공감각 현상을 설명하는 현재 연구자들의 설명모델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감각자는 기억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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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시절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퀴즈, 쪽지 시험, 모의고사 등등 참으로 많은 시험을 봤다. 시험을 준비할 때면 많은 내용을 단기간에 외우는 게 가장 어려운데 이를 위해 각양각색의 방법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고전적인 ‘형광펜으로 밑줄 쫙’부터 시작해서, 앞 글자만 따서 다시 문장을 만들거나(엽기적일수록 좋다), 심지어는 춤과 노래를 만든다. 특히 춤과 노래는 한 번 만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가무가 완성되면 암기 효과는 매우 좋다. 단, 시험 볼 때 재현하다가 교수님과 눈이 마주치면 굉장히 민망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가무 기억법(?)’을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공감각을 이용한 기억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무엇인가를 외울 때 시각 외에 청각이나 움직임을 추가로 동원해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면 숫자 ‘7788’을 외울 때 시각 자극인 ‘7788’외에 기차 소리인 ‘칙칙폭폭’을 내며 청각 자극을 더하고, 움직이는 기차 바퀴를 형상화한 춤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지 눈을 이용해 ‘7788’을 외울 때보다 훨씬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참고로 7788은 코레일 대표 전화번호 1544-7788의 뒷자리 번호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내용이 다양하고 많아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머리를 쥐어짜내면서 여러 공감각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고, 또한 이것을 다시 암기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에 공감각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힘들여 노력하지 않아도 여러 감각이 교차 활성화하기 때문에 공감각자는 탁월한 암기력으로 인해 학교에서 부러움의 대상으로 등극할지 모른다.

00syn8.jpg» 기억력과 관련한 공감각자들의 자신감. 출처/각주[10]
공감각자의 기억력은 정말 일반인보다 뛰어날까? 2007년 영국의 워드(Ward) 교수 연구진은 46명의 공감각자와 46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기억력이 평균 이하인지, 평균인지, 평균 이상인지 평가하도록 했다.[10] 그 결과 공감각자 대부분이 자신의 기억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고, 70% 정도는 공감각이 기억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어서 연구진은 16명의 공감각자와 16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러 종류의 기억력 검사를 시행했다. 실험 결과 공감각자들의 기대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음이 드러났다. 공감각자들은 단어를 떠올리는 경우에만 일반인에 비해 ‘약간’ 뛰어날 뿐 다른 기억력 검사에서는 일반인과 비슷한 수행 능력을 보였다. 다른 유사한 연구에서도 공감각자는 시각 탐색 과제(visual search task)만 ‘약간’ 뛰어날 뿐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11]


특별한 공감각자 셰르셉스키가 빚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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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자의 기억력이 좋다’라는 오해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이는 몇몇 특수 공감각자들의 놀라운 기억 능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일명 “S”로 알려졌던 러시아의 솔로몬 베니아미노비치 셰르솁스키(Solomon Veniaminovich Shereshevsky)는 50자리의 숫자를 몇 분 안에 기억하고 15년 뒤에 다시 기억해내는 기억력의 소유자였다.[12]

00syn9.jpg» 셰르솁스키가 소유했던 다양한 공감각. 출처/각주[12]그는 매우 다양하고 강한 형태의 공감각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면 50 헤르츠, 100 데시벨의 소리를 들으면 빨간 혀 같은 모서리를 가진 어두운 배경 위로 갈색의 가느다란 조각을 보면서 달콤새콤한 러시아식 스프의 맛을 느꼈다. 또한 ‘1’이라는 숫자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로, 푸른색은 창문 너머 언덕에서 한 남자가 푸른색 깃발을 흔들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아울러 그는 일반 단어를 보면 여러 심상(心象; image)이 연상될 뿐만 아니라 심상이 일으킨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심상이 남으면 이후에는 무엇인가를 기억할 때 그저 떠오르는 심상대로 표현하면 되기 때문에 그에게 기억은 너무나 쉬운 것이었다.

젊을 적에 신문사 기자로 일했던 셰르셉스키는 평소 다른 사람의 말을 열심히 받아적는 다른 기자들과는 달리 그냥 듣고 있기만 했다. 그는 언제든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들었던 말 전부를 기억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능력은 매우 부러운 부분이다. 단기 암기력의 부족으로 공부할 내용을 미처 외우지도 못한 채 시험을 본 뒤 재시 혹은 유급의 공포에 떨던 의대 시절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여전히 이런 능력을 사모하지만 현실은 그의 이름 철자를 제대로 외우는 것조차 버겁기만 하다.

그런데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외우는 남자인 셰르솁스키의 삶은 행복했을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공감각은 불필요한 감각을 일으켜 그는 문자적인 의미와 다른 정보를 외우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을 힘들어 했다. 또한 일상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점원이 과일 아이스크림이 있다는 말을 할 때 정작 그는 석탄 혹은 잿더미가 연상되어 아이스크림을 사지 못했고, 변화무쌍한 이미지로 인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공감각자는 창조성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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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인지 명확하지 않은 기억력에 비하면 창조성은 공감각자의 장점일 수 있다. 여러 감각이 연합되는 특성으로 인해 일반 사람들이 기존에 생각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부분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휘자 레오나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작곡가 알렉산더 스크리아빈(Alexander Scriabin),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브코프(Vladimir Naboko) 등 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종류의 공감각을 소유했던 것으로 공감각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추정되고 있다. 실제 예술 전공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색-자소 공감각자의 비율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서도 각각 9%와 2%의 큰 차이를 나타냈다.[13]

그런데 가끔 공감각이 적용된 예술 작품을 접할 때 작가의 연합된 감각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칸딘스키의 그림 ‘구성 VIII(composition VIII)’(개인 의견으로는 통상 번역되는 ‘구성’보다는 ‘작곡’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을 뚫어지게 쳐다봐도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고, 스크리아빈의 교향곡 제5번 ‘프로메테우스-불의 시’를 20여 분 열심히 감상해도 아무런 감흥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00syn10.jpg» 칸딘스키의 ‘구성 VIII’. 출처/Wikipaintings


[예일대 음대 관현악단이 연주한 스크리아빈의 ‘프로메테우스: 불의 시’]

비공감각자의 슬픔(?)이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다행히도 작품에 담겨 있는 자신의 공감각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예술가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국의 사진작가 마샤 스밀랙(Marcia Smilack)이다. 그는 시간에 대한 공감각을 지녀 12달을 시계 반대 방향 순서로 배치된 타원형으로, 10년을 푸르스름한 회색빛의 삼차원 직사각형으로, 각 세기(世紀)를 여러 덩어리로 이뤄진 두꺼운 판으로 인식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의 작품 ‘주말이 평일보다 크다(Weekends Are Taller Than Weekdays)’를 감상해보자.
00syn11.jpg» 마샤 스밀랙의 ‘주말이 평일보다 크다’. 출처/Wikimedia Commons
위 사진에서 양 쪽의 우뚝 솟은 건물은 주말로서 왼쪽 건물이 일요일, 오른쪽 건물이 토요일을 의미하고, 가운데의 땅딸막한 하얀 부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로 나타내는데 이 부분은 동시에 오르간 음악 소리를 내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는 자신의 누리집에서 다양한 공감각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자세한 설명을 첨부해 공감각으로 표현된 예술의 이해를 돕고 있다.[14]

공감각에서 비롯한 창조성은 예술가뿐만 아니라 과학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기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한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공감각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액체로 채워진 접시에 종이를 떨어뜨리면 항상 입에서 특이하고 불쾌한 맛을 느낀다‘고 언급했다.[15] 특히 그는 좋은 발상이 떠 오르면 일종의 ‘시각화(visualization)’를 통해 실제 작업 없이도 머리 속에서 이미 완성품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교류 전기, 테슬라 코일, 라디오, 유도 전동기, 리모콘이다.
00syn12.jpg» 세르비아의 100 디나르에 담겨 있는 테슬라와 그의 업적. 출처/세르비아 국립은행 누리집
또한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도 역시 공감각을 지녔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특히나 시각화에 능숙했는데 이를 이용해 파인만 다이어그램(Feynmann Diagram)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다. 수학과 관련해서도 그는 ”베셀(Bessel) 방정식을 보면 ‘j’는 황갈색, ‘n’은 남보라, ‘x’는 고동색으로 보인다”며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했다.[16]
00syn13.jpg» 파인만의 눈에 비친 수학 공식. 출처/각주[17]


어떤 공감각을 추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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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촉각(mirror-touch) 공감각’이라는 특이 공감각이 있다. 이 공감각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몸에 가해지는 접촉을 볼 때 이를 자신의 몸에서 느끼며, 두뇌도 역시 자신의 몸을 만질 때처럼 활성화한다.[18] 약 10년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다모’에서 아파하는 채옥(하지원 분)에게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말하며 위로하던 황보윤(이서진 분)이 혹 이 공감각의 소유자일지 모른다. 이들은 타인의 고통도 나의 고통처럼 느끼기에 당연히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공감각은 우리 사회에서 많은 인기를 얻지 못한다. 대신 셰르셉스키의 경우처럼 기억력 향상과 연관된 공감각의 인기가 높다. 부모가 자녀의 공감각을 발달시키려 하고, 수험생이 공감각적 학습법을 시도하는 노력은 세계에서 유래 없는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에서 당연해 보인다. 셰르셉스키 정도는 아니더라도 공감각을 이용해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시험이나 평가에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영상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감각의 신경학적 기전에는 일반인 뇌와는 다른 구조적, 기능적 차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비정상 소견은 좋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우리 사회에서 공감각은 예외인 것 같다. 그러나 기억력이 좋아지는 공감각으로 무장한다 해도 무한경쟁의 경주에서는 필연적으로 패배자가 발생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고 달랠 수 있는 거울-촉각 공감각이지 않을까?

[주]


[1] Brang, D. and V.S. Ramachandran, Survival of the synesthesia gene: why do people hear colors and taste words? PLoS Biol, 2011. 9(11): p. e1001205.

[2] Simner, J., et al., Synaesthesia: the prevalence of atypical cross-modal experiences. Perception, 2006. 35(8): p. 1024-33.

[3] Ramachandran, V.S. and E.M. Hubbard, Synaesthesia?A Window Into Perception, Thought and Language.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 2001. 8(12): p. 3-34.

[4] Saenz, M. and C. Koch, The sound of change: visually-induced auditory synesthesia. Curr Biol, 2008. 18(15): p. R650-R651.

[5] Rouw, R. and H.S. Scholte, Increased structural connectivity in grapheme-color synesthesia. Nat Neurosci, 2007. 10(6): p. 792-7.

[6] Cohen, L., et al., The visual word form area: spatial and temporal characterization of an initial stage of reading in normal subjects and posterior split-brain patients. Brain, 2000. 123 ( Pt 2): p. 291-307.

[7] Weiss, P.H., K. Zilles, and G.R. Fink, When visual perception causes feeling: enhanced cross-modal processing in grapheme-color synesthesia. Neuroimage, 2005. 28(4): p. 859-68.

[8] Esterman, M., et al., Coming unbound: disrupting automatic integration of synesthetic color and graphemes by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of the right parietal lobe. J Cogn Neurosci, 2006. 18(9): p. 1570-6.

[9] Hubbard, E.M., A real red-letter day. Nat Neurosci, 2007. 10(6): p. 671-2.

[10] Yaro, C. and J. Ward, Searching for Shereshevskii: what is superior about the memory of synaesthetes? Q J Exp Psychol (Hove), 2007. 60(5): p. 681-95.

[11] Rothen, N. and B. Meier, Do Synesthetes Have a General Advantage in Visual Search and Episodic Memory? A Case for Group Studies. PLoS One, 2009. 4(44): p. e5037.

[12] Luria, A.R., The Mind of a Mnemonist: A Little Book about a Vast Memory. Harvard University Press, 1987.

[13] Rothen, N. and B. Meier, Higher prevalence of synaesthesia in art students. Perception, 2010. 39(5): p. 718-20.

[14] http://www.marciasmilack.com.

[15] Tesla, N., My Inventions: The Autobiography of Nikola Tesla. Martino Fine Books 2011.

[16] Feynman, R.P., “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 Further Adventures of a Curious Character. Penguin Adult, 2007.

[17] Ottaviani, J. and L. Myrick Feynman. First Second, 2011.

[18] Banissy, M.J. and J. Ward, Mirror-touch synesthesia is linked with empathy. Nat Neurosci, 2007. 10(7): p. 815-6.

최강 의사, 르네스병원 정신과 과장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