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아나운서가 97년부터 2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담은 글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한 달 여 전부터 주로 '지각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이 글은 손석희 아나운서가 지난 97년부터 2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월간중앙 2002년 4월호‘내 인생의 결단의 순간' 시리즈에 담은 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유학 첫 학기 첫 시험 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억울함에 겨워 눈물을 흘린 일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회상했다.
네티즌들은 '지각인생' 글을 통해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각종 카페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옮기고 있다. 네티즌 ‘라알라’ 님은 “요즘 부쩍 늦은 인생살이로 걱정에 찌들렸는데 이 글을 접하니 다소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네티즌 ‘수현’ 님은 “하루는 공무원, 하루는 늦깎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후회도 많이 하는데 손석희 님의 글을 보니 아직 늦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열심히 더욱 열심히 살겠다”고 밝혔다.
손 아나운서는 지난 7일 “요즘 이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당시 글을 쓸 때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이 아니었는데, 이 글을 보고 요즘 많은 사람들이 힘을 낸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석희 아나운서가 쓴 글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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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반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13년 11월 21일 목요일
2013년 11월 8일 금요일
월남전 수통이 아직도???
지난달 31일,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군 장병들이 사용하는 수통 중 상당수가 30년 넘게 사용된 소위 '골동품'이라는 게 알려졌다. 게다가 수통에 대한 별도의 세척 기준이 없어 세정제나 세정도구도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수통의 위생 상태는 당연히 '부적합'이었다.
2011년 5월, 내가 군에 입대해서 처음 지급 받은 수통도 1972년 보급된 플라스틱 수통이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져 8대부터 17대까지의 대통령 선거를 겪어온 이 '왕 고참' 수통 앞에 나는 경외감마저 느꼈다. 해당 수통에 물을 담아 마실 때면 이끼를 먹는 것 같은 맛이 났다. 위생 상태가 걱정됐지만, 훈련소에서 물을 마실 수 있는 도구는 수통뿐이었다.
소대장은 수통의 위생상태에 대해 염려하고 있는 소대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주었다.
"내가 병사였을 때 썼던 수통은 6·25 때 미군한테 지원받은 거였어. U.S. ARMY 1941이란 각인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 수통은 노르망디 대전이랑 과달카날 전투를 겪은 역사적인 수통인 셈이지. 나도 처음 받았을 때는 거기에 물 받아서 먹기 싫었는데, 먹어도 안 죽더라."
세계사 과목에서 배웠던 전투 이름을 수통에 대한 회상을 통해 듣자니, 어안이 벙벙해지는 기분이었다. 소대장의 표현에 따르면, 내가 지급 받은 수통도 월남전을 겪은 역사적인 수통인 셈이다. 88올림픽도 보지 못했는데 월남전이라니…. 수통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 그 모양새로 봐서 위생 상태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수통의 위생상태에 대한 걱정은 날로 심해져만 갔다.
군대에서는 수통을 씻을 수 있는 도구는 당연하다는 듯 지급되지 않았다. 소대장이 말했던 것처럼 '먹어도 안 죽으니까' 별다른 세척 도구를 주지 않았다. 지급 받은 치약을 수통에 넣고 헹궈 간이 세척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수통 충만' 규정 때문에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원래 '수통 충만' 규정은 기도비닉(군대 용어로 '조용히 들키지 않고 움직인다'는 뜻)을 유지해야 할 상황에 물이 가득 차 있지 않을 경우,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규정이다. 내가 입대하기 얼마 전에 논산 훈련소에서 질병으로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수통 충만' 방침이 생겨났다고 했다. 물을 많이 마셔야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기에 항시 수통에 물을 채워놓으라는 것이 새로운 방침이었다. 건강을 위해서 수통을 세척하고 싶은 것인데 건강을 위해서 수통에 물을 상시 채워놓으라니…. 지독한 아이러니였다.
컵도 오랫동안 세척하지 않고 사용하면 물때가 낀다. 밀폐한 수통의 경우엔 그 오염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2008년 육군본부를 대상으로 계룡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의 결과, 육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수통에서 식중독과 폐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바실러스세레우스 균'이 검출된 바 있다. 이후 국방부의 대책은 황당했다. 전 군을 대상으로 수통에 락스를 넣고 헹구라는 공문을 내린 것이 국방부 위생대책의 전부였다.
'수통 충만' 규정으로 물 가득 채운 수통... 위생문제로 사용 안 해
수통의 위생 문제로 인해 실제 부대에서는 수통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훈련소에서야 지급품만으로 생활해야 하니 수통을 사용해서 물을 마시지만, 일선 부대에서 수통은 보여주기식 군장인 경우가 태반이다.
앞서 말한 '수통 충만' 규정으로 인해 수통에 물은 가득 채워놓지만, 정작 물을 마실 때에는 컵이나 페트병 등의 다른 용기를 사용해 마시는 것이다. 지급된 물품이 그 위생문제로 인해 사용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낡은 수통에 대한 문제는 2008년, 2010년, 2013년 국정감사를 통해 지속해서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의 규정을 보면, 군용 수통은 별도의 사용 연한이 없어 파손 등으로 더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만 교체가 가능하다. 30년~40년 동안 사용되어 수통 외면이 마모되고 수통 내부에 세균이 득시글거려도 규정상 교체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수통의 개당 가격은 9천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방부는 '물자의 효율적 운용'과 '예산 부족'을 운운하며 수통 문제의 해결을 미루고 있다.
과연 국방부의 예산이 수통 교체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부족할까? 2013년 10월 < YTN > 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9개 군 골프장에서 전동 카트를 구입하는 것에만 사용된 금액이 160억 원에 달했다. 매년 전동카트 관리에만 4억6천만 원이 들어가며, 잔디나 클럽하우스 관리 등 전반적인 시설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연간 350억 원이 골프장 유지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9천 원인 수통을 전국 60만 장병에게 지급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54억 원이다. 수통 세척에 필요한 도구를 지급하는 데에 필요한 예산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골프장에 사용하는 35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며 '예산 부족'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30년 된 수통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물자의 효율적 운용'이 아니라 미련하고 무모한 악습이다. 국방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오마이뉴스 이주언 기자]
- 추운데 고생하는 우리 장병들 ㅠㅠ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 차라리 월남전, 2차 세계 대전 때 쓰던 낡은 장비들을 모두 모아서 외국 수집상들에게 팔고, 판 돈으로 우리 장병들에게 안전하고 좋은 보급품을 지급해 주는 건 어떨까요?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석이조 해결책이 될 것 같은데...
2011년 5월, 내가 군에 입대해서 처음 지급 받은 수통도 1972년 보급된 플라스틱 수통이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져 8대부터 17대까지의 대통령 선거를 겪어온 이 '왕 고참' 수통 앞에 나는 경외감마저 느꼈다. 해당 수통에 물을 담아 마실 때면 이끼를 먹는 것 같은 맛이 났다. 위생 상태가 걱정됐지만, 훈련소에서 물을 마실 수 있는 도구는 수통뿐이었다.
| ▲ 30년 된 수통1972년 보급된 플라스틱 수통(왼쪽)과 1977년 보급된 알루미늄 수통(오른쪽) |
| ⓒ 김광진 의원실 |
"내가 병사였을 때 썼던 수통은 6·25 때 미군한테 지원받은 거였어. U.S. ARMY 1941이란 각인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 수통은 노르망디 대전이랑 과달카날 전투를 겪은 역사적인 수통인 셈이지. 나도 처음 받았을 때는 거기에 물 받아서 먹기 싫었는데, 먹어도 안 죽더라."
세계사 과목에서 배웠던 전투 이름을 수통에 대한 회상을 통해 듣자니, 어안이 벙벙해지는 기분이었다. 소대장의 표현에 따르면, 내가 지급 받은 수통도 월남전을 겪은 역사적인 수통인 셈이다. 88올림픽도 보지 못했는데 월남전이라니…. 수통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 그 모양새로 봐서 위생 상태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수통의 위생상태에 대한 걱정은 날로 심해져만 갔다.
군대에서는 수통을 씻을 수 있는 도구는 당연하다는 듯 지급되지 않았다. 소대장이 말했던 것처럼 '먹어도 안 죽으니까' 별다른 세척 도구를 주지 않았다. 지급 받은 치약을 수통에 넣고 헹궈 간이 세척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수통 충만' 규정 때문에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원래 '수통 충만' 규정은 기도비닉(군대 용어로 '조용히 들키지 않고 움직인다'는 뜻)을 유지해야 할 상황에 물이 가득 차 있지 않을 경우,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규정이다. 내가 입대하기 얼마 전에 논산 훈련소에서 질병으로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수통 충만' 방침이 생겨났다고 했다. 물을 많이 마셔야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기에 항시 수통에 물을 채워놓으라는 것이 새로운 방침이었다. 건강을 위해서 수통을 세척하고 싶은 것인데 건강을 위해서 수통에 물을 상시 채워놓으라니…. 지독한 아이러니였다.
컵도 오랫동안 세척하지 않고 사용하면 물때가 낀다. 밀폐한 수통의 경우엔 그 오염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2008년 육군본부를 대상으로 계룡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의 결과, 육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수통에서 식중독과 폐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바실러스세레우스 균'이 검출된 바 있다. 이후 국방부의 대책은 황당했다. 전 군을 대상으로 수통에 락스를 넣고 헹구라는 공문을 내린 것이 국방부 위생대책의 전부였다.
'수통 충만' 규정으로 물 가득 채운 수통... 위생문제로 사용 안 해
수통의 위생 문제로 인해 실제 부대에서는 수통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훈련소에서야 지급품만으로 생활해야 하니 수통을 사용해서 물을 마시지만, 일선 부대에서 수통은 보여주기식 군장인 경우가 태반이다.
앞서 말한 '수통 충만' 규정으로 인해 수통에 물은 가득 채워놓지만, 정작 물을 마실 때에는 컵이나 페트병 등의 다른 용기를 사용해 마시는 것이다. 지급된 물품이 그 위생문제로 인해 사용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일이다.
낡은 수통에 대한 문제는 2008년, 2010년, 2013년 국정감사를 통해 지속해서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의 규정을 보면, 군용 수통은 별도의 사용 연한이 없어 파손 등으로 더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만 교체가 가능하다. 30년~40년 동안 사용되어 수통 외면이 마모되고 수통 내부에 세균이 득시글거려도 규정상 교체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수통의 개당 가격은 9천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방부는 '물자의 효율적 운용'과 '예산 부족'을 운운하며 수통 문제의 해결을 미루고 있다.
과연 국방부의 예산이 수통 교체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부족할까? 2013년 10월 < YTN > 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9개 군 골프장에서 전동 카트를 구입하는 것에만 사용된 금액이 160억 원에 달했다. 매년 전동카트 관리에만 4억6천만 원이 들어가며, 잔디나 클럽하우스 관리 등 전반적인 시설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연간 350억 원이 골프장 유지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9천 원인 수통을 전국 60만 장병에게 지급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54억 원이다. 수통 세척에 필요한 도구를 지급하는 데에 필요한 예산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골프장에 사용하는 35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며 '예산 부족'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30년 된 수통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물자의 효율적 운용'이 아니라 미련하고 무모한 악습이다. 국방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오마이뉴스 이주언 기자]
- 추운데 고생하는 우리 장병들 ㅠㅠ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 차라리 월남전, 2차 세계 대전 때 쓰던 낡은 장비들을 모두 모아서 외국 수집상들에게 팔고, 판 돈으로 우리 장병들에게 안전하고 좋은 보급품을 지급해 주는 건 어떨까요?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석이조 해결책이 될 것 같은데...
2013년 11월 5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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